할머니 소식

2004년 1월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17-05-07
문필기 할머니 어느 날 아침, 화장을 하시더니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신다.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해보이시기도 하고. “아이~~~ 입장 곤란하네...마리오가 기분 나빠하면 안되는데...마리오는 착한데.” 사연인 즉, 나눔의 집에 와서 처음으로 일본사람들 앞에서 증언을 하시기로 했는데, 일본 사람들 정신 좀 차리라고, “일본 사람 나쁜 놈”하고 싶어도 통역을 식구인 마리오가 하니까, 마리오가 들으면 기분 나쁠까봐 미안하시단다. 어떻게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증언 잘 하셨어요?” “어.. 잘했어. 젊은 애들이 무슨 죄야? 지그들 조상 잘못 만나서 욕먹는 건데. 다 잘 지내려구 이러는 거라구 그랬어....” 순진하고 아기같은 품성을 가지신 할머니시지만 할머니는 요즘도 가끔 일본군과 싸우는 악몽을 꾸신다. 힘껏 소리도 내지르시고 때론 비명도 지르신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상처는 깊고 깊은 무의식 저편까지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