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소식

크리스티나와 김군자할머니와의 만남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17-05-06

역사관을 나와 운 좋게도 할머니들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신다는 김군자 할머니의 방에 초대(?)되는 행운을 누렸다.

나는 그 순간만큼은 후손들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역사의 한 증인이기 전에 그저 친할머니처럼, 친구처럼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손녀딸과 함께하는 시간. 안마도 받고 텔레비전도 보고 수다도 떨고. 그렇게 편하고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램이었다.

할머니는 지혜가 많고 강하신 분이었다. 남에게 폐가 되기 보다는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다. 조용하시지만 사려가 깊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었다.

놀란 것은 20대인 나도 가끔 깜빡깜빡 건망증이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기억력이 매우 좋으셨다.유머감각도 뛰어나시고.

^^ 일본군에게 맞아 한 쪽 귀가 잘 안들리시는데 그걸 모르고 내가 작은 목소리로 실컷 이야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드린다는 게 내가 더 말이 많이 한 것 같은 아쉬움도 남는다.

무릎 수술 이후 관절도 안 좋으신데 2층 방을 고르신 것은 채광이 좋고 조용해서라고 하셨다.

정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창 밖 햇살이 우리를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방 정말 잘 고르신 것 같아요. 아파트로 치면 로얄층이고,호텔로 치면 스위트 룸이네요.”^^;; 방 안 한 편에는 사진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할머니의 삶과 역사였다. 젊은 시절의 할머니는 아름다웠다. 만지면 스러질 것 같은 코스모스같은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추운 겨울에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굳건한 아름다움.

할머니의 이름처럼 <군자>다운 힘이 느껴지는 대나무처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성경 말씀에 “위로받지 못한 사람은 위로받을 것이다.” 라는 내용의 구절이 있다.

청춘의 행복을 원치도 않는 전쟁에 고스란히 희생되시고 조국에 돌아와서도 냉대 받았던 할머니들.

마땅히 위로 받으셔야 할 분들. 다음번 방문에는 김군자 요안나 할머니를 꼭 한 번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