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소식

12월 이야기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01-29
문필기 할머니


수요시위 날 아침이면 늘 바쁘시다.
“눈물을 보였나요.... 울기는 내가 왜 울어... 잊어야지, 잊어야지. 어차피 떠난 사아~~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목소리로 18번을 부르시며 화장을 시작하신다.
립스틱이나 아이새도우를 엷게 펴 볼에 바르면,
금새 할머니 특유의 볼 빨간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할머니! 오늘 선봐요? 아니면 시집가세요? 와~~~ 이쁘게 화장하셨네?”
“어휴~~~ 몰라... 그래도 사람들 많이 오고 그러는데...이왕이면 이쁘게 하고 가면 좋잖아”
아직도 소녀같은 수줍음, 언제나 깔끔하고 조용한... 여자다우신 할머니.
그런데 우연히 할머니 얼굴을 보고 누가 그랬다.
“ 할머니, 얼굴에 열 있나 봐. 감기시네~~” 한다.
순간, 당황스러움에 양볼을 손으로 감싼다. 얼굴이 더 빨개진 할머니. 몸둘 바를 모르신다.
거봐요. 할머니. 많이 바르시더니... 할머니! 다음에는 불 켜고 밝은 데서 화장하세요.
그래도 할머니 아주 아주 이뻐요.
할머니의 활기가 추운 겨울 수요시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