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소식

박옥련 할머니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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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계신지 안계신지 모를정도로 언제나 조용하신 할머니. 온사방이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시끄럽고 부산스러워도 절대 요동이 없으시다. 모든 할머니가 다 모이시는 식사시간에는 한 번씩 전달사항이나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어 얼굴이 빨개지도록 본인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 무진애를 쓴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식판에 눈을 고정한 채 천천히 꼭꼭 씹어 식사에만 열중하신다. 마치 진흙탕속에서 곱게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 하다. 유난히도 식사시간이 긴 할머니는 그 의견전쟁이 끝날 즈음이면 수저를 놓고 미소짓는 얼굴로 단 한마디를 던지실 뿐이다. ‘시끄러워서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것네 허허’ 한결같은 너그러움과 넉넉함으로 말을 해야 할때와 참아야 할때를, 그리고 해야할 말과 하지말아야할 말을 분명히 아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