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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난 아직도 60년째 전쟁 중이야”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9-02-27
“해방? 난 아직도 60년째 전쟁 중이야”



“해방? 난 60년째 전쟁 중이야. 아직 내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어.” 해방도 독립운동도 역사책 속 과거로만 접할 수 있는 지금, 아직도 오욕의 역사 굴레 속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외면하는 사회를 향해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외롭게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 후세마저 외면하면 누가 우릴 기억하겠느냐고 털어놓는 그들의 소회는 3ㆍ1절 90주년을 화려하게 수놓는 각종 행사와 쓸쓸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만난 이옥선(82) 할머니는 건조한 말투로 “해방? 우린 아직도 날마다 전쟁이야”라며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1942년에 위안부로 끌려가 60년도 넘게 흘렀지만 아직까지 밤마다 불면증에 어딘가 끌려가는 악몽을 꾼다”고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80살이 넘은 노구(老軀)에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몸보다 더 아픈 건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세상의 무관심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 매춘을 거부할 때마다 흉기로 찔렀다며 보여준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과 발에 남은 흉터자국은 여전히 선명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마저 모두 죽으면 누가 우리를 기억해줄 지 걱정된다”고 중얼거렸다.

이 할머니 옆방에 살고 있는 김군자(83) 할머니. 지난 2007년 2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위안부 증언을 했던 김 할머니는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골반골절 수술을 몇 차례 받은 뒤 현재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는 김 할머니는 보조기구에 의존하며 방과 화장실을 오가고 있었다. 병원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서울 곳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던 신세. 몸도 마음도 지쳐보였다. “할 말 없어. 이젠 말하는 것도 힘들어”라고 손사래 치며 이내 힘없이 방문을 닫았다.


현재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총 8명. 모두 8, 90대이기에 질병 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도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위안부 역사관까지 운영하고 있는 나눔의집에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상태. 어렵사리 후원금을 모아 전문요양시설 설립 준비를 마쳤지만 허가가 없어 할머니들은 여전히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안신권 나눔의집 사무국장은 “지난 2002년부터 ‘땅 한 평 사기 모금 운동’을 전개해 성금으로 약 2710㎡(820여 평)를 구입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 사무국장은 “지원금은커녕 설립 허가조차 내주지 않는 모습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어떻게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도 90돌을 맞는 3ㆍ1절.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경기도 광주 기슭에 자리잡은 나눔의집은 여전히 세상의 관심과 지원에 목마르기만 하다. 그 안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날마다 전쟁 속에 보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한국 역사가 잊어선 안 될 숙제로 남아 있다.


글=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기사원문보기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2/27/200902270155.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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