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원어민 투어 스텝 안젤라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9-01-17
<사람들> '여성들만의 공연' 라이틀ㆍ캔트



연합뉴스 기사전송 2009-01-16 16:56 | 최종수정 2009-01-16 17:00



"여성들끼리 돕고 어울리는 건 당연하잖아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소수자를 위해 기여하고 싶었어요.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고요"(라이틀)

"여성단체를 위해 기금을 모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멋진 여성 예술인들과 함께 다같이 즐기기 위한 자리이기도 해요"(캔트)

17일 홍대 클럽 '타'에서 열리는 '당찬 여성들의 공연 예술 페스티벌'을 준비한 두 사람은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다.

캐나다에서 온 안젤라 라이틀과 영국에서 온 레베카 캔트는 2007년 성남 영어마을에서 강사로 만났다.

토론토 대학과 대학원에서 여성 인권 교육을 공부한 라이틀은 필리핀에서 온 교수를 만나 필리핀의 일제시대 군대 위안부 이야기를 들으며 아시아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나라마다 정부 보고서를 내는데 여성단체가 섀도우 리포트를 함께 내죠. 그 단체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이었고요"(라이틀)

2006년 한국에 온 라이틀은 서울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여성단체연합에서 활동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권 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라이틀은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들이 오랫동안 활동해 오고 있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며 캐나다로 돌아가면 토론토에서도 수요집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예술가들을 섭외하고 준비한 것은 캔트다. 지금은 영어 학습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캔트는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함께 음악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직접 이메일도 보냈죠. 홍대를 중심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는 예술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거든요"(캔트)

한국의 여성 인디 밴드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온 시인, 외국인 댄서와 음악가들이 함께 한다. 라이틀 역시 '나눔에집'에서 공연했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다시 보여주고, 캔트도 자신의 음악을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캔트는 "홍대 밴드만 해도 아직 남성이 대다수라 여성 예술가가 활동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런 자유로운 파티를 통해 여성 예술가들이 주목받고 다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전 영문학을 공부했고 여성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안젤라를 만나서 많이 영향을 받았죠.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똑같은 대학 교육을 받고도 여성 임금이 훨씬 적고, 여성이 전문가가 될 수 없게 만드는 불평등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캔트)

이들은 "한국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며 비정부기구(NGO), 특히 여성 인권에 관련된 단체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여성 문제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참여하고 싶고 기여하고 싶지만 활성화 되어 있지 않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여성들끼리 돕고 어울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라이틀)

다음주에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라이틀은 공부를 더 할지 또 다른 나라에 가서 일을 할 지 고민 이라고 했다.

"나눔의집을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만약 경기도가 후원을 해 주겠다고 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거예요. 행운을 빌어 주세요"(라이틀)

"이번엔 작은 클럽 한 곳에서 여는 파티지만 나중엔 서너 군데 쯤에서 열거나 아니면 여름에는 아예 야외에서 큰 무대를 마련해 보려고요"(캔트)

eoyyi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