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과거사 청산’ 압박등 당당한 외교로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5-03-18


과거사 청산’ 압박등 당당한 외교로
[한겨레 2005-03-18 08:42]



003000000120050317dfdf180103.jpg

[한겨레] ■ 정부 기본원칙 의미

한·일 관계 외교안보 차원서 처리 신호
배상·사죄요구, 미래지향관계 전제로

정부가 17일 성명 형식으로 발표한 한­일 관계의 원칙과 기조는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독트린’이라 할 만하다. 이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진행돼온 기존의 한­일 관계에 대한 반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일본의 과거사 직시를 통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큰 틀에서 선언한 것이었다면, 이번 성명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과거사 청산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그간 한­일 관계에 적용했던 ‘조용한 외교’도 이번 성명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일본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무게중심의 이동은 이번 성명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작성해 발표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향후 한­일 관계를 국가 외교안보 정책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이처럼 ‘과거사 청산’에 다시 방점을 찍은 것은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통과와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보듯, ‘피해자의 선의’만으로는 일본의 시대착오적인 우경화를 제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사회가 과거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전후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도층의 반성과 사죄가 엷어지고 국수주의적 경향까지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불길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의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일단락됐다는 기존의 공식적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담고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라는 전망 속에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려 해왔다. 노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과거사를 외교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두 나라 정상의 셔틀외교와 문화교류 확대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연례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부 정치인의 망언으로 인한 갈등과 긴장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미 관계를 재조정하면서 한­일 관계의 변화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독도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교 이후 40년간 지속해온 한­일 관계의 변화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한­일 관계의 방향을 정한 4개 기조와 최근 불거진 현안에 대한 5개의 대응으로 돼 있다. 큰 틀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독도와 과거사


00300000012005031702295005.jpg

문제를 식민지 침탈과 궤를 같이하는 사태로 보고 더욱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양국 관계를 훼손하지는 않겠다는 선도 분명히 긋고 있다.

정부의 5개 대응에서 눈에 띄는 것은 1965년 한-일 협정이 일제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데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주체적인 과거사 정리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본의 책임의식을 압박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성명이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재임 중에는 과거사를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겠으며, 일본이 스스로 성의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던 기존 태도와 이번 성명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1. 독도문제 - 주권수호 차원 단호대처 정부는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 제정 등 최근 일본 우익들이 제기하고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과거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하려는 의식이 내재해 있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독도 문제를 ‘주권’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대의와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당당히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명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독도 방문 전면 개방에 이어 실효적인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일본 우익을 자극하지 않도록 경계했다. 성명은 “일본 국민들과 함께 할 평화와 공존의 미래가 손상되지 않도록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품위와 절제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과격한 시위가 일본 우익을 자극하고 그럼으로써 일본 국민과 양심적인 세력들의 설 자리를 좁히지 않도록 절제해 달라는 것이다.

2. 우익교과서 - 역사왜곡 엄정대응 원칙 고수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일본이 과연 동북아 평화세력으로 이웃과 공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엔 “일본의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한 퇴행적 언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과거 침략과 강권의 역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가 시정되지 않은 채 중앙정부에 의해 검정 통과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독도 문제도 영토주권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또다른 역사왜곡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식민지 침탈 과정에서 독도를 강제 편입한 역사를 왜곡하는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일 관계에 관한 이번 ‘성명(독트린)’에서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00300000012005031702295012.jpg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동안 정부가 견지해 온 것은 2002년 3월 발족한 한-일 역사 공동연구위원회를 통한 해결이었다. 성명은 단지 “국제사회 및 일본 양심세력과의 연대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공동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활용하여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3. 일제피해자 - 위안부·원폭등 보상책임 강조 세계사의 보편적 방식에 의한 과거사 문제 해결 방침을 재천명했다. 일제 피해자 문제는 인류 보편적 규범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3·1절 연설에서 밝힌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을 거듭 밝힌 것이다. “한국은 한국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일본은 일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는 이태식 외교부 차관의 부연 설명을 통해 한-일 협정에서 제외된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자폭탄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1965년 한-일 협정 범위 밖의 사안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보상 책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제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 피해자에 대한 권리보호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국가가 박탈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한-일 협정의 잘못으로 인한 정부의 부담은 직접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 쪽의 책임도 구체적으로 적시한 셈이다.

4. 미래지향 관계- 교류 지속·시민사회 연대 기대 정부는 일본이 현재와 미래의 숙명적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일본과 합의했거나 예정된 각 분야의 교류를 지속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스스로 오늘날 일본이 가져야 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주변국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확산될 수 있도록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일 관계에 대한 정부의 기존 태도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존의 인적·문화적 교류협력 사업은 변함없이 진행할 것이며, 특히 양국간 이해를 증진시켜 온 양국 시민사회간 네트워크 구축 노력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를 내세우면서 일본이 미래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함께 구현해 나갈 ‘동반자’이자 ‘공동운명체’라는 믿음과 희망을 바탕으로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번 성명을 통해 이런 ‘미래 지향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힌 셈이다. 유강문 권혁철 기자 moo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