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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일, 배상할 일 있으면 배상해야”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5-03-02
노대통령 “일, 배상할 일 있으면 배상해야”



[한겨레 2005-03-01 02:12:01]


[한겨레] 한·일협정 새 접근법 필요 시사 고이즈미 “국내사정 있을 것”신중반응 노무현 대통령은 1일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86돌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그것이 전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비록 일본 쪽의 노력을 촉구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배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직접적 반응을 피하려고 애쓰면서도 한국 내 사정을 거론하며 몹시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으며, 중국 정부는 노 대통령 발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최근 한-일 협정 문서 공개 이후 각종 피해보상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과거 한-일 협정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하고 있는 보편적 방식을 원론적으로 설명한 것”이라며 “보편적 방식에 어긋나는 점이 있으면 일본이 포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일 청구권 문제에 대해 “한-일 협정과 피해보상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도 부족함이 있었다”며 “국교 정상화 자체는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피해자들로서는 나라가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일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이미 총리실에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좀더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국민자문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구권 문제 외에도 아직 묻혀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마찬가지로 강제징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제 36년 동안 수천, 수만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하고,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한 자기 반성 없이는 아무리 경제력이 강하고 군비를 강화해도 이웃의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독일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고 보상하는 도덕적 결단을 통해 유럽통합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향적으로 양국의 우호를 생각하는 편이 좋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해 “(한국의) 국내사정이 있다. 국내사정을 생각하고 일본과의 우호도 고려하면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이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논평했다.

4일 방한해 대북 제재 등에 대해 한국 쪽과 논의하려던 일본 자민당 의원 6명은 독도문제 등으로 한국인들의 대일감정이 악화되자 방한계획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자민당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중·한 두 나라는 일본군국주의가 저지른 침략전쟁에 대한 관점이 기본적으로 일치한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에 지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류 대변인은 또 “2차대전 시기 일본 군국주의는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인민에 엄중한 죄를 저질렀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겼으며 이들의 생명과 재산에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며 “일본은 마땅히 전쟁이 남긴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도쿄 베이징/박중언 이상수 특파원 kcbaek@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