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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 넘어 ‘과거극복’ 해야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5-01-24
과거청산’ 넘어 ‘과거극복’ 해야


[한겨레] 평화·여성운동 전개 정현백교수 인터뷰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인문학부 사학)는 동북아 평화공존을 위해 과거 청산에서 한단계 나아간 ‘과거 극복’의 개념을 제기하고, 일본 정부, 기업, 시민사회한테 과거사에 대한 윤리적, 역사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독일에서 역사를 공부한 정 교수는 평화 운동, 여성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 한일협정 청구권 관련 문서 공개 뒤 일본 쪽에서는 ‘일본 정부 책임이 없는 게 밝혀졌으며 보상은 한국 정부의 몫’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현실적 문제인 피해자 보상에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란 기금을 만든 독일 사례에서 눈여겨 볼 점은 무엇인가?

= 피해자 보상에 독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한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자 마지못해 보상을 한게 아니라 독일 정부와 기업이 윤리적 책임을 나누어 진 것이다. 적어도 일본이 민주화된 사회라면 독일처럼 과거사에 대한 윤리적, 역사적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 기회에 일본 사회도 정부, 기업, 시민들이 윤리적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싶다.

- 청구권 자금으로 지어진 포항종합제철 같은 국내 대기업도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 동의한다. 희생자들에게 돌아갈 자금을 받은 국내 기업들도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 90년대 한-일 관계에서 쟁점이었던 군대위안부 문제에서 얻을 수 있는 과거사 청산에 대한 교훈은 무엇인가?

= 종군위안부 문제 때 일본 정부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고, 관련 공식 기록을 은폐했다. 다른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진실 규명도 사과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나치독일친위대의 강제매매춘 관련 비밀문서를 공개하고 최고책임자가 여러차례 잘못된 과거를 공개적으로 반성했다. 먼저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기억 내면화 정체성 수립 가능 한-중-일 양심세력 힘 합칠때

-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맞아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 과거청산에서 한단계 나아간 과거극복 개념이 필요하다. 물론 과거청산이든 과거극복이든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조처,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상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청산은 협소한 개념이다.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내면화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으로 통합시켜내는 과거극복 노력이 필요하다. 옛 서독 사회에서도 과거청산 작업이 길어지자 ‘역사에 대한 권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 앞으로 시민사회는 과거사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 일본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 중국, 일본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북아 상생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한-일 시민 사회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동북아 구축과 각국의 군비 경쟁 과열 양상을 감안할 때 평화 공존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일본이 문서 공개로 촉발된 한국의 반일 정서를 빌미로 더욱 국수주의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일본 내 양심적 시민사회 세력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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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01-21 1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