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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훈장’ 공문서 발견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12-10
‘친일 훈장’ 공문서 발견

[한겨레] 1500명 조선인 관료 · 경찰등 종합기록 첫 확인 국립기록원, 일 국립공문서관서 입수

일제 강점기 때 훈장을 받은 친일파 1500여명의 이름과 직업·훈장명 등이 들어 있는 일제의 ‘서훈’ 공문서가 발견됐다. 그동안 단편적인 상훈기록은 공개된 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기록을 통해 종합적인 일제의 서훈 기록이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과정에서 유용한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에는 친일파 이완용이 일본 총독보다 등급이 높은 훈장을 받고, 독립군을 토벌한 경찰들도 훈장을 받은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있다.

국가기록원은 9일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조선인 관료와 경찰·교사 등의 이름이 들어 있는 ‘서훈’ 공문서를 지난 9월 일본 도쿄의 국립공문서관에서 국내로 가져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공문서관은 일본 정부가 1971년 정부기록물 관리를 위해 세웠으며, 이곳에선 일본 정부가 수여한 훈장 명단을 공문서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록원은 한-일 합방부터 해방(1910~45년)까지의 마이크로필름 25롤(16절지 1만1천장 분량)을 복사해 국내에 들여왔다.

어떤 내용?=기록원은 “세 글자로 된 이름과 조선인이 주로 사용한 창씨개명 이름을 따져보면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1500명 정도”라며 “창씨개명 이후 훈장을 받은 인물을 좀더 추적해 보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훈장을 받은 친일파는 대개 관료·교사·경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의 경우 이름과 함께 관직명, 조선총독부 직위 등이 나열돼 있다. 또 판·검사, 군수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완용의 경우, 1926년 사망과 함께 일본의 최고훈장인 ‘대훈위국화대수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훈위와 대수장은 공적이 큰 1등급 서훈명에 붙여서 사용된다.

기록원 관계자는 “이완용은 조선총독이 받은 훈장보다 더 등급이 높은 훈장을 받은 것으로 문서에 기록돼 있다”며 “이완용의 공적은 몇 장에 걸쳐 일일이 나열돼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경우, 평안도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이유로 훈장을 받은 것으로 문서에 기록돼 있다고 기록원은 설명했다. 훈장을 받은 상당수는 당시 경찰관의 가장 낮은 계급인 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훈도란 이름으로 돼 있는데, 황국신민화에 앞장 선 교사를 대상으로 훈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록원 쪽은 1910년 합방 초기에는 일진회, 밀정(스파이) 등 합방에 적극 동조하거나 도움이 된 친일파에게 훈장이 주어졌고, 20년 이후 식민지 지배가 공고해짐에 따라 관료, 경찰, 교사 등으로 훈장 범위가 넓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록원 쪽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집 동기와 활용 등=기록원은 기존에 모은 조선총독부 자료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이 문서를 수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록원은 올해 초부터 일본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던 중, 한국의 국가기록원 격인 국립공문서관에서 우연히 자료를 찾아 이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필름으로 복사해 가져온 것도 처음이다.

기록원은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꾸려지는 진상규명위원회가 이 공문을 요청해 오면 법절차를 밟아 자료를 넘겨줄 계획이다. 이 경우, 진상규명위는 국내 인물들의 친일행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 이 자료를 활용하게 된다.

기록원은 “그동안 수집한 조선총독부 문건을 보완하기 위해 이번 자료를 수집하게 됐다”며 “내년 중으로 일본에서 훈장을 받은 명단과 공적조서가 더 있는지를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록원은 일제가 1866~1950년까지 조선 관련 기록물을 정리한 ‘공문유취’ 문서를 마이크로필름 720롤에 복사해 와 현재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 2004-12-09 01:3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