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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11-22
할머니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한겨레 2004-11-10 19:09]



[한겨레]

갈현교 5학년9반 군위안부 나눔의 집 방문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원당리 나눔의집에는 어린 손님들이 몰려왔다. 서울 갈현초등학교 5학년9반 학생 50명이 이날 나눔활동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박영일(33) 교사의 안내로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상물을 본 뒤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둘러본 학생들의 표정은 무척 심각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잠깐 동안 느낌을 나누는 시간.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할머니들이 무척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일본군이 미워요.” “일본 사람들이 짐승같은 짓을 했어요.” 박 교사는 아이들이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도록 한 뒤 “이제 할머니들에게 우리가 준비해 온 것을 보여드리자”며 역사관 앞에 마련된 작은 무대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5명이 자리에 앉자 ‘공연’이 시작됐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쑤욱 팔짝팔짝 개구리됐네…” 노래와 율동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다시금 표정이 밝아졌고 할머니들도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단소연주에서 태권도·검도 시범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준비해 온 공연은 30분 이상 계속됐다.

이어 점심시간. 할머니들은 이 학교 학생과 학부형이 함께 준비해 온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나눔의집을 찾는다는 말에 학부형들이 손수 만든 음식. 김이 모락모락나는 찰밥에 고사리, 취나물, 불고기, 소고기국, 김 등을 본 할머니들은 “50년만에 처음 먹는 맛있는 음식”이라며 기뻐했다. 어머니와 김밥을 준비해 온 한 학생은 할머니들이 소화력이 약해 김밥을 드시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중에 학생들은 예쁜 종이상자를 풀어 할머니들에게 전했다. 그 안에는 학생들이 직접 구운 과자가 들어있었다. 요리학원을 운영하는 학부형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과자다.

‘올챙이송’ 재롱피며 함께 점심식사
푼푼이 용돈도 모아‥“너무 행복해요”
이 학교 학생들의 나눔의집 방문은 올해부터 시작한 나눔교육이 맺은 열매다. 박 교사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나눔교육 특별활동반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가르쳐왔고, 올해 담임을 맡으면서 재량수업을 통해 꾸준하게 나눔수업을 해왔다. 사진작가인 박 교사 스스로 아름다운재단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초부터 이 반 학생들은 교실에 ‘삐약이’라고 이름붙인 저금통을 가져다 놓고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나눔을 위해 쓸 돈을 모아왔다. 아이들은 용돈의 1%나 심부름값 등을 저금통에 넣었다. 또 학생들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쿠폰을 오려오면 박 교사가 그 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대신 저금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이 15만원. 아이들은 토론을 통해 이 돈을 나눔의집을 위한 나눔활동에 쓰기로 했다.



경기 광주/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