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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츠치모토 노리야키 감독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10-26
<조이뉴스24>
서울 환경영화제 참가를 위해 방한한 일본의 츠치모토 노리야키(77) 감독이 김동원 감독의 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을 극찬했다.

그는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송환'을 대단히 인상깊게 봤다"며 "'송환'의 일본 상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더 많은 관객들이 '송환'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홍보를 도와줄 생각입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 젊은이들이 꼭 봤으면 합니다. 일본 영화인들도 배울 점이 굉장히 많은 작품입니다."

이처럼 그가 '송환'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의 영화 일생과 관련이 깊다. 그는 일본 수은 중독 환자들의 삶과 궤적을 좇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평생을 바쳤다. 이번 서울 환경영화제 초청도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았기 때문. 이번 영화제에서 마련한 회고전을 통해 그의 다큐멘터리 9편이 소개됐다.

최근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한 그는 공산당 활동을 한 적이 있을만큼 정치적 경향이 농후하다. 환경때문에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개념조차 전무한 시절, 그는 수은 중독 미나마타병 환자들의 삶을 좇기 시작했다.

22일 한국에 도착해 방문 3일째를 맞은 그는 "방한 첫날 참석했던 환경영화제 개막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개막식에 몰려든 관객들을 보면서 일본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열기에 감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울환경영화제 첫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소감을 묻자 "많은 작가와 작품 속에서 선택돼 기쁘다"며 "다큐영화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회고전이 자기소개서처럼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럽다"며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고전에서도 10여명의 관객만 영화를 보고 갔다. 그래도 그는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의 소감과 감상을 들을 수 있어 더없이 기뻤다"고 좋아했다.

단 한 명의 관객이 찾았던 경험이 있는 그는 적은 관객수에 익숙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장이 영원히 영화라는 기록물로 남아 공개된다는 것과 많은 이들이 그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낀다. "독극물이나 공해가 사람에게 침투해 치명적인 위해를 끼치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누구인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미나마타병 환자들도 자신들이 직접 재판에 나가 이같은 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과 함께 그가 지지를 보내는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를 영문 제목으로 알고 있어 동일 작품인지 확실치 않았으나, 그의 입에서 '나눔의 집'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흘러 나왔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껄끄러울 수도 있는 소재를 어떻게 느꼈냐는 질문에 "그들의 슬픔을 심혈을 기울여 담아낸 변감독의 성실성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요즘 또다른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일본 내 소재로는 역시 원자력 발전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고기 양식도 관심을 갖고 있구요. 물고기 양식이 너무 많아 바다가 오염되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기르며 주는 비료와 성장촉진제 때문에 고기도 약해지고 바다도 오염됩니다. 환경을 지키려면 근대화를 늦춰야 합니다. 산업화를 위해 공장을 만들려면 반드시 지역 주민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봐야 합니다. 돈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죠."

그의 생각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옛날 선조들은 모든 자연에 신이 있다고 믿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편리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환경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노쇠해 현장에서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는 츠치모토 노리야키 감독. 그러나 사회와 환경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칠 줄 모른다.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황지희 기자 galgil2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