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일협정 문서공개 판결해도 “대법원까지 간다”
[한겨레신문] 2004-09-10 22:26 기사리스트로
[한겨레] “북-일 수교 타결때까지 비공개”일본요청 수용 정부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걸려 있는 1965년 한일 협정 관련 문서공개 청구소송에서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더라도 이에 따르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일 협정 관련 문서 공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북일 수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일관되게 난색을 표시해 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외교문서 공개는 상대국의 동의를 구하는 게 국제적 관례”라며 “일본 정부도 서울고등법원의 문서 공개 판결에 대비해 관련 문서를 검토하려 했으나 정리가 돼 있지 않아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 피해자 유가족들은 정부의 비밀문서 해제 시한인 30년이 되는 95년부터 한일 협정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해 왔으며, 2002년엔 대표자 99명 명의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13일 한-일 협정 관련 문서 57건 가운데 5건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나, 외교부는 이에 불복해 3월4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공개 판결을 받은 한일 협정 문서 중에는 당시 일제 징용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을 담은 회의록이 들어 있는데, 일본은 북일 수교 협상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해 4월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수교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외교문서를 서로 공개하지 말자”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정부가 한일 협정 관련 문서 공개 여부를 대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함에 따라 조속한 공개를 요구해온 유가족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협정 관련 문서를 공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과거사 청산 문제가 쟁점이 된 상황이어서 한일 협정 문서가 공개될 경우 협정 체결과 관련된 의혹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정치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 3억달러의 무상지원을 받고 대일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한일 협정은 체결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