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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규명, 여권이 하면 개혁, 네티즌이 하면 마녀사냥?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08-26
친일규명, 여권이 하면 개혁, 네티즌이 하면 마녀사냥?

[브레이크뉴스 2004-08-26 10:35]


신기남 당의장, 이미경 의원, 김희선 의원, 정동영 장관 등 여권 실세들의 친일 과거사가 네티즌들에 집중비판을 받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뜯어말리고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정적을 공격하고 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발언이다.

"여당 인사들에 관한 의혹 글이 많은 것에 대해선 우리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터넷식 연좌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현재 인터넷에 도는 얘기들은 모두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것들이 선동적, 포퓰리즘적으로 변하면서 엉뚱한 불똥을 낼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보수언론들도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미 동아일보가 동아닷컴 기사를 통해 네티즌들의 친일규명을 비판했고 오늘 또 하나의 보수언론 국민일보가 <인터넷 ‘가족사’ 돌팔매…‘묻지마’ 폭로 위험수위>로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동시에 민족문제연구소라는 여당과 함께 친일규명의 깃발을 들고 있는 시민세력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김민철 연구실장은 "서기’는 최말단직인데 그렇게 따지면 일제시대에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친일파가 되는 격"이라며 "이전투구식 폭로로 변질되면 과거청산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환멸감만 쌓일텐데, 이를 노린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정부여당, 시민사회세력, 보수언론, 보수정당이 일제히 네티즌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시작한 셈이다.

신기남, 이미경, 김희선, 정동영 의원의 부친에 대한 규명은 폭로가 아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듯이, 대부분 자기들 스스로 드러내놓고 자랑했던 사실들이다. 특히 신기남과 정동영 등은 본인들이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아버지의 과거를 선거에 이용하기도 했다. 정동영 장관의 그의 아버지에 대해 한 말을 기억해보라.

"아버지! 정진철! 나는 아버지를 누구보다 존경했다.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을 때, 사람들은 '순창의 울타리가 무너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과거는 그 자신의 책에 대부분이 기록되어있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하에서 식산조합 서기를 지냈고,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단장으로 있던 반공단체에서 활약했고, 이 경력을 바탕으로 그 젊은 나이에 면장을 지냈다. 구체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따지기 전에 전체적인 삶은 일제 때는 친일, 해방 이후에는 반공친미라는 우리사회의 주류 역사의 흐름을 따라왔다. 보수언론은 몰라도 설마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자연인 아버지가 아닌 이러한 사회적 공인었던 아버지의 경력을 존경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장관은 아버지의 과거가 드러나기 전부터 이미 이라크 파병 찬성, FTA 찬성, 통일부 장관 재임 이후로는 반북론자로 비판받아왔다. 기획탈북을 조장하여 북한당국으로부터 저질인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정동영 장관은 신기남 당의장과 함께 보수 친미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비판받아온 것이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이 아버지의 존경심으로부터 이어졌다고 주장하면 그것도 마녀사냥인가?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절대 마녀사냥이 아니라고 항변하던 민족문제연구소가 왜 정동영, 이미경, 김희선, 신기남 등이 도마 위에 오르니 마녀사냥이라 펄쩍 뛰고 있는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마녀사냥식이라는 족보캐기는 바로 열린우리당의 김희선과 송영길 의원 등이 했던 방식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런 김희선 의원을 지난 총선에서 지지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김민철은 식산조합 '서기'는 문제없다고 오히려 정동영 장관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고 있다. 브레이크뉴스와 네티즌들이 언제 일제 때 서기를 했으니 장관직 내놓으라고 했던가? 지금까지 아버지의 과거를 존경해온 통일부 장관으로서 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입장만 밝히라는 것이다. 마녀사냥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정동영 장관의 입장표명이다. 왜 이를 민족문제연구소가 방어하고 나서는가?

"이총재 가계의 친일 문제는 시간이 간다고 흐지부지될 문제가 아니다. 누구를 처단하자는 게 아니고 기본적인 가치판단을 통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 지도자의 역사인식과 직결돼있는 만큼 이총재는 자신에게 불리한 문제라고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말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말은 2001년도에 정동영 장관이 이회창 전 총재에게 했던 말이다. 지금 네티즌들이 정장관에게 묻고 있는 점도 이것이다. 국가 지도자의 역사인식과 직결돼 있는 문제에 답을 하라는 것이 왜 마냐사냥이란 말인가?

장수한 교수는 한겨레신문에 <친일 청산, 결코 마녀사냥이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했고 이글을 민족문제연구소는 홈페이지에 띄웠다.

"친일 청산을 유럽의 마녀사냥과 비교하는 것은 상식 이하다. 용서와 화해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성역없는 진실 규명없이 용서와 화해를 말하는 것은 기만적인 자기 보호 책략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이 말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진상규명법으로 성역없이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 반면 네티즌들은 네티즌들의 방식으로 친일을 규명한다. 이 둘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거시적인 방향에서 이 일을 추진한다면, 인터넷은 그 일을 추진하는 주체들에 대한 검증을 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작업은 국민들로부터 환멸감을 쌓는 것이 아니라, 친일이라는 것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친미와 연계된 명백히 당대의 현안이라는 점을 알려줄 것이다. 고로 나아가 과거사 규명을 이라크파병과 김선일씨 의문사 등 현재의 정권의 친미노선과 결부시켜 비판할 수도 있는 법이다.

충분히 서로 상호보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민족문제연구소는 보수언론이나 보수정당과 한목소리로 인터넷 전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여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일이 틀어질 수도 있게 되었다. 왜 여권과 민족문제연구소가 하면 개혁이고 남이 하면 마녀사냥인가? 그 악의적(?) 의도가 설마 친일규명에 방해가 되니 정권 유지에 방해되는 비판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기를 바란다.

또한, 명백히 서적과 인터넷 자료 등 객관적인 사실로 진실을 규명하고 있는 개혁적 인터넷 언론과 네티즌에 대해 이전투구식 폭로로 몰아붙이는 보수언론이야말로 제대로 된 팩트로 글을 쓰기 바란다. 권력을 위해 무차별 폭로전을 펼치는 것은 정치권과 보수언론이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터넷 대안언론과 네티즌의 방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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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