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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군위안부는 '反인륜 범죄'다(박선기 법무법인 대동변호사)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12-09-12

유엔과 ILO 등은 '性노예' 운영을 국제 범죄로 규정 관련자 처벌 권고 일본 지방법원도 '불법 구금' 판단… '강제성 없다' 궤변 언제까지 할 건가

icon_img_caption.jpg 박선기 법무법인 대동변호사
필자가 지난 2004년부터 7년간 재판관으로 봉직한 유엔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UNICTR)는 르완다 내전 당시에 성당이나 공공건물에 피란 온 투치 부족의 여성들에 대한 일반적인 성(性) 학대 행위를 방치한 정부와 군(軍) 고위직들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나 반(反)인도적 범죄로 엄벌하였다. 이는 국제형사법계에 의미 있는 정의 실현의 사례로 평가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엔에서 입법한 반(反)인륜범죄의 한 유형으로 '노예화(Enslavement)'를 규정하였다는 점이다. 제네바협약도 비천한 인간 대우, 강간이나 강요된 성매매와 성적 피해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율하고 있다.

또한 2000년 6월 유엔은 '무력충돌 시 성노예 운영에 대한 특별보고서'에서 특별히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의해 자행된 군(軍)성노예 시스템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UN은 이 특별보고서에서 일본이 소위 '위안부'라는 이름하에 아시아에서 20만 명이 넘는 여자들을 일본군의 성노예 상태로 부리기 위해 설치 운영했던 것을 '강간 캠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이 저지른 행위를 희생자들에게 어떤 보상이나 법적 책임 인정이 없었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잔학 범죄로 규정했다. 또 이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하에서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엄중 지적하면서 이렇듯 중대한 국제법 위반에 대한 무책임함을 규탄하고, 나아가 일본 정부를 포함한 책임 있는 자들의 법적 책임 인정과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 관련자 처벌을 강력히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1999년 6월 특별위원회를 통해 일본의 군성노예소 운영은 1930년 체결된 '강요된 노동 금지 조약' 위반임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일본 야마구치 지방법원도 군위안소는 일정 지역에 갇혀 이동이 제한되었고 일본 군인들과의 성행위를 강요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런 군위안소의 매일 활동과 목적에 비추어 군위안소의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성노예로서 구금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며 피해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하여 일본 의회가 보상 등 입법을 하지 않음은 일본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1998년 4월 항소심에서 외국인은 개인 자격으로 일본 정부에 대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할 국제법적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이렇게 유엔과 ILO 등이 군위안부 캠프(성노예소) 운영이 국제범죄 행위이며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강력히 권고했음에도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그뿐 아니라 자기네 일본 법원이 내린 사실 관계 판단과 그 불법성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안부 동원에 물리적 강제성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이 몰아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국가·인종·종족·종교·사상이라는 것을 절대화하는 데에 함몰하는 순간 인간은 '광기의 인간(Homo Demens)'으로 돌변한다. 맹목적인 집단적 광기와 열정으로 자신들의 최후를 맞을 때까지 모든 것을 파괴와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시 자행된 일본군성노예 캠프 모집과 운영에 관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유엔과 국제기구, 양식 있는 학자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제 몇 분 남지 않은 피해자들과 피해국들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여 전후(戰後) 60년을 넘게 따라다니는 일본의 과거 수치를 치유하고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평화와 선린의 리더십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