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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풍, 외국인 젊은이들-양양,속초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10-05-18
위안부 할머니들의 봄소풍, 외국인 젊은이들이 모셨다양양=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5.18 00:28


'나눔의 집' 국제 봉사단, 양양 낙산사 나들이 동행
"관심 가져주는 너희들이 한국 아그들보다 더 낫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5명이 강원도 양양 낙산사로 봄소풍을 갔다. 김순옥(87)·박옥선(85)·김화선(84)·이옥선(82)·강일출(82) 할머니 곁은 한시도 비어 있지 않았다. 나눔의 집 국제활동팀 소속 외국인과 한국인 청년 5명이 할머니들 휠체어를 밀거나 부축하며 경내를 돌았다. 청년들은 수시로 할머니 손을 잡고 말을 걸었고 할머니들은 다정하게 대답해주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 청년이 김화선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일본 놈들이 동네 사람 100명 정도를 개 끌듯 끌고 갔어. 나도 열일곱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갔어. 방에 갇힌 채 말 안 들으면 방망이로 짐승처럼 맞았어."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미국인 홍필딩(Hong Fielding·26)씨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장유정(30·학원강사)씨는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 손을 꼭 잡았다.


▲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을 돕는 국제활동팀 팀원들이 강원도 양양 낙산사로 소풍을 갔다. 장유정(30·왼쪽)씨가 홍련암을 가리키자 휠체어에 탄 할머니들과 휠체어를 미는 청년들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지환 객원기자 홍필딩씨는 미국에서 자란 한인 4세다. 지난 5월부터 서울 상일초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 일을 하는 그는 수업시간에도 종종 학생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럴 때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하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김순옥 할머니 휠체어를 민 셰넌 하이트(Shannon Heit·29·미국인)씨는 어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가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2007년 한국에 왔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셰넌씨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나눔의 집을 찾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 며칠 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증언이 도무지 잊히지 않아 아예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셰넌씨는 "오히려 내가 할머니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부모를 찾는 셰넌씨 사연을 들은 할머니들이 "꼭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거야"라며 그의 손을 쓰다듬고 등을 다독여줬다고 한다.

이날 할머니들과 함께 소풍 나온 나눔의 집 국제활동팀 청년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 말동무를 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외국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6년째다. 지난 2004년 대전 한밭중학교 원어민 교사였던 권보미(26·미국인)씨가 학생들을 데리고 나눔의 집에 견학 간 뒤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 '그런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늘었고 자연스레 봉사팀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10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나눔의 집 투어' 행사를 한다. 나눔의 집을 찾은 외국인들은 위안부 영상을 관람한 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눔의 집 안신권(48) 소장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린 관광객도 많았다"고 했다.

국제활동팀은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안젤라 라이틀(Angela Lytle·36)씨와 이현숙(32)씨는 영어로 된 위안부에 관한 교재를 만들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국내 외국인 교사나 외국인들이 언제든지 교재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할머니들은 이들이 대견하기만 하다고 했다. 박옥선 할머니는 "코 큰 사람들이 우리 생각해 주는 게 고맙지"라고 했고, 이옥선 할머니는 "안 되는 말이라도 자꾸 붙여보려고 오는 게 귀엽다"며 웃었다.

할머니들은 위안부 문제에 둔감해진 우리 세태와 젊은이들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김화선 할머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우리가 당한 일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아"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를 아예 알지를 못해…. 늬들이 여기 아그들보다 낫다"며 필딩씨 손을 잡은 채 놓을 줄 몰랐다.


기사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8/20100518000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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