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나눔의 집'에서 열린 '평화와 나눔의 한마당'행사를 다녀와서..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3-08-16
나눔의 집, '평화와 나눔의 한마당'행사 열어

출처 : 오마이뉴스 장래혁 기자
2003/08/15 오후 9:24 ⓒ 2003 OhmyNews

대한민국의 4대국경일 중의 하나인 8˙15 광복절!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출발과 민족정신함양을 위한 날임에도 이번 8˙15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픔과 울분이 터져 나왔다. 수십 년간 정부의 외면 속에 방치되다시피한 태평양전쟁 유족들이 이틀전에 국적포기서까지 제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국내외적으로 너무나 가슴저린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속에 일부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까지 포함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와 충격이 더했다.

이런 서글픈 현실 속에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일본 위안부역사관 5주년기념으로 '평화와 나눔의 한마당' 행사가 열린다기에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그 곳을 찾았다.

일제강점기 꽃다운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초를 받다 해방을 맞이한 소녀들. 정부의 무관심속에 더 큰 상처를 받으며 그 어린 소녀들이 평균 80세의 백발의 할머니가 된 이 서글픈 현실. 국내외적으로 현재 70여 분이 돌아가시고 132분의 종군위안부 할머님들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나눔의 집'은 정부의 무관심속에 지난 10년동안 정부지원 없이 일반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된 할머니들의 쉼터로 현재 열 분의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더불어, 세계 최초의 인권박물관인 일본군 위안부역사관이 98년 정부지원 없이 일반후원으로 건립, 운영되고 있다.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0&type=jpeg
width=300 height=200 border=0>


▲ 나눔의 집 입구의 조각상과 정경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쉼터는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가 그래도 조금은 씻어지길 바랬는지 넘실대는 강물과 수려한 산줄기가 펼쳐진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은 너무나 맑고 푸르렀고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맨처음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조각상이 눈에 띈다. 슬픈 눈망울과 늘어진 가슴, 메마른 살결의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와 한번에 이 쉼터의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행사장에는 이미 참가한 많은 후원단체와 방문객들로 북적거렸고 그 가운데 다소 무평정하고 아련한 눈망울이 금세 느껴지는 할머니 몇 분이 보였다.

참가자 전원묵념으로 거행된 행사는 먼저 돌아가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소리판을 시작으로 김순덕할머님의 환영사, 나눔의 집 원장님과 일본후원회,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대표들의 인사가 오고가며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1&type=jpeg
width=300 height=200 border=0>


▲ 위안부 할머님들의 모습과 김순덕할머니, 김원웅 개혁정당대표



조용히 진행된 행사를 지켜보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말할 수 없는 착잡함과 서글픈 현실의 아픔이 금새 느껴질만큼 차디찼고 일부는 눈시울을 적시기까지 하셨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58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급기야 국적포기를 각오할만큼 정부를 질타해온 할머니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침울한 현실을 외치며 진행된 차분한 시간이 지나고 '평화와 나눔의 한마당'을 위해 참석한 여러 단체들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아련함이 배어난 음율을 선보인 4중주 연주에 이어 바닥소리패의 흥겨운 국악가락이 퍼져나왔다.

역시나 우리의 가락인 걸까.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2&type=jpeg
width=100 height=200 border=0>


▲ 눈시울을 삼키시는 할머니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3&type=jpeg
width=400 height=300 border=0>



▲ 신명나는 국악한마당에 흥겨운 할머님들




예쁜 한복을 입은 어린아이에게서 흥겨운 목청이 터져나오고 장구, 북의 신명나는 소리에 할머니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사람들의 환호속에 급기야 무대로 나온 할머니들은 어깨를 둥실거리며 이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은 것처럼 그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순덕할머니의 아리랑 열창에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그 노래를 부르며 신명나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4&type=jpeg
width=200 height=100 border=0>



▲ 파워브레인건강동호회의 젊음.. 그 신나는 댄스




이 흥겨움은 마지막공연단인 '파워브레인건강동호회'란 젊은 남녀들이 나와 절정에 이르렀다. 어린 손자, 손녀 나이의 밝은 얼굴의 젊은이들이 신나는 댄스를 펼치자 국악의 흥겨움에 취한 할머님들의 얼굴에 더 환한 미소가 펼쳐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없이 즐겁게 했다. 신나는 댄스후 '파워브레인 건강댄스'로 소개된 인사법은 모든 참석자들의 참여하에 마지막을 장식했다. 다같이 박수를 치고 율동을 하며 어린아이마냥 기뻐하는 할머니들의 모습.

target=_blank>src=http://210.123.150.3/%7Enanum/way-board/way-board.php?db=info&j=is&number=635&type=jpeg
width=400 height=200 border=0>



▲ '파워브레인 건강댄스'로 즐겁게 인사하는 할머니



'파워브레인건강동호회'는 지난 서울종로에서 보았던 밝은 웃음과 인사로 전국적으로 보급되어온 '파워브레인 건강댄스'가 퍼져나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공연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기뻐야할 광복절에 역사의 상처를 안고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할머님들께 잠시나마 밝은 웃음을 선사하게돼 너무나 기쁘다"며 보는 이도 동화될만큼 싱그러운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 했다.

할머니들은 이 손자, 손녀뻘의 젊은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신명나는 공연으로 마무리한 마냥 예쁘게 보였을 젊은이들의 손을 꼭 잡으시는 할머니들의 눈망울을 보며 많은 상념들이 교차해갔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군인으로 살겠다'며 말씀하신 김순덕 할머니의 말 속엔 지난 역사의 아픔과 그 오랜세월을 짊어지고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나 있었다.

할머니들이 겪은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아마 정부의 노력과 일본의 사죄와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낫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할머니들이 숱한 모멸과 고통을 무릅쓰고 10년 넘게 메아리 없는 외침을 한 건 오히려 그러한 보상보다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흥겨운 국악과 밝은 웃음의 인사로 거리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이러한 건강한 젊은이들이 당신들의 모습을 통해 더 밝고, 더 강하게 커나가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다시는 이러한 치유될 수 없는 아픈 상처가 없는 강한 민족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느끼며 나눔의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