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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재판 최고재판소 기각 결정!!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3-03-27
아래의 글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이자 현재 히로시마 교원조합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훈님이 보내온 글을 올려봅니다.


아침부터 우울한 소식 아니 화가 치미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오는 4월 1일 새로운 전후보상재판을 시작한다고 어제 소식을 알렸는데, 어제 '관부재판' 최고재판소 판결에서 원고패소를 확정하는 부당판결이 나왔습니다. 4월 1일 제2차 후지코시 강제노동 미불임금 재판의 원고 가운데는 '관부재판'의 원고 할머니도 계십니다.



관부재판은 신문기사에도 나오지만 야마구치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지부에, 1992년 12월 25일 제소하여 98년 4월 27일 세분의 성노예피해 할머니들에게 각각 30만엔을 국가는 지급하라는 일부승소 판결(원폭관련 재판을 제외한 전후보상 재판중 최초의 승소판결). 원고 및 피고 모두 98년 5월 1일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 항소, 2001년 3월 29일 역전패소라는 부당판결이 나왔습니다. 최고재판소에는 2001년 4월 12일 상고하여 어제 3월 25일 또다시 부당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미 원고 할머니 가운데 두 분은 운명을 달리하셨고,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원고 할머니 가운데 세분은 4월 1일 2차 후지코시 재판의 원고이시기도 합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는데, 세상에 '관부재판' 결과가 최고재판소 판결이 아니라 '결정'이라고 하네요. 정확한 내용은 다시 메일로 보낸다고 하는데, 판결과 결정은 재판이냐 아니냐 차이랍니다. 관부재판이 재판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최고재판소가 생각하고 있는지? 담당 변호사에게 어제 전화로 '결정'이 나왔기에 결정문을 보내다는 연락이 왔답니다.



성노예제도('위안부'제도)의 반인권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난뒤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여성의 피해는 다루지도 않았고, 우리 사회는 눈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이후 70년대 일본인의 '기생관광'이 문제가 되었을때 '정신대'란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인권이란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잘아시는 것처럼 88년 윤정옥 선생님의 현장조사 이후 1990년 1월 한겨레신문에 4회에 걸쳐 연재한 뒤 1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결성,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님께서 대한민국 땅에선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시며 투쟁에 나섰습니다.



65년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한일조약 청구권협정시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결코 다루지도 다룰 수도 없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92년 1월이 되어서야 '군의 관여는 부정할 수 없다'며 성노예를 인정했습니다. 92년이 되어서야 인정했다는 것은 65년 당시 성노예 피해자는 존재할 수도 없었습니다. 겨우 92년이 되어서야 범죄사실을 인정했기에 시효문제 역시 있을 수 없어며 또한 65년 한일조약 청구권협정으로 성노예 문제 해결이 끝났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힘이 좌지우지하는 국제법상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는 특히 전쟁범죄엔 시효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너무나 명백한 범죄사실을 재판부가 기피하고 있고, 일본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것을 깰 수 있는 할머님들에게 [명예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3월 1일 8월 15일을 제외하곤 2차대전 전후보상 문제와 전쟁범죄 피해자에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90년대 초반 성노예 피해자 문제는 언론의 화두가 되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어켰습니다. 훈할머니도 전국민들이 알게되었죠. 하지만 그 당시 친미 매국 정권이 일본정부에 항의할 이유는 없었죠. 노태우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하여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가자고 '선언'했지만, 그 또한 현실은 과거를 올바르게 정리하지 않고는 결코 밝은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여생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연행/노동을 조사할 특별입법 운동을 작년부터 줄기차게 벌여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권문제와 생존권 문제가 있습니다. 그 운동가운데 시간과의 투쟁인 전후보상 운동에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여론과 힘으로 한국정부를 움직일 때 일본 정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국 시민이 떨쳐 일어날때 일본 시민들이 더욱 힘을 내어 분발하여 자신들의 이웃들과 함께 일본정부에 항의할 수 있습니다.

전후보상 투쟁은 한일 양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버리곤 절대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재판이 승전국에 의한 패전국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인권에 반하는 중요 범죄로 전범들이 처단되었다면 지금 이라크에서 미국의 침략전쟁이 일어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