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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앞두고-장위중학교 3학년 권슬기 올림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3-02-28




나눔의 집 할머니들께

장위중학교 3학년 권슬기 올림





지금 여기


잊을 수 없는


역사가 있습니다.


말 못할 설움에 겨워


부끄러움 마저 잊고


50년 어둠을 달려와 헐어낸 벽.


녹슬지 않은 진실이 있습니다.


울분에 차 불끈 쥔 주먹.


강철보다 더 강한 두 주먹이 있습니다.


할머니, 일제 고난사의 산 증인이신


지금 여기 계신


우리들의 할머니!


가난이 죄였다고


울부짖으며 가슴 찢으며 통곡으로


일어선 아픔,


상처가 있습니다.


아~ 그러나 그 상처는


용솟음쳐 다시 떠오르는 태양.


그것은 부끄러움의 과거가 아니라,


웅크리고 앉아만 있는 그늘진 역사가


아니라, 그것을 딛고 일어선


당당함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역사의 왜곡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


용서해주겠노라고.


지금 제 나이 열 여섯 살.


아직 봉오리진 이 나이


세상 힘든 것 모르고 살아가는


반찬투정이나 일삼는


용돈이 모자라다고 뾰로통한


이 나이에, 할머니들께서는


나무 뿌리 캐먹고


시래기죽을 쒀 먹고


그러다가 하도하도 배가 고파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돈 벌러 따라간 그 곳.


아~ 원통하여라~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하여


인터넷 나눔의 집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김순덕 할머니의 글을 읽었습니다.


박옥련 할머니의 글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용녀 할머니의 글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울고 말았습니다.


김순덕 할머니께서


강덕경 할머니 영전에


강덕경아 강덕경아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거라


하셨을 때,


온 몸이 떨렸습니다.


이 어린 가슴이지만


분노로 떨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곳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65번지 나눔의 집에는


이렇게 화사한 봄 햇볕이


온 뜨락에 평화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할머니!


우리들의 할머니!


살아오신 모진 길


이제는 접고 행복하신 얼굴로


만수무강 하세요.


아무 걱정 마시고


만수무강 하세요.



2003년 2월 28일 3.1절을 앞두고



장위중학교 3학년 권슬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