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 판결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02-13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 판결


일본상대로 소송중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서울행정법원 ˝청구권 소멸여부 판단위해 필요˝

일본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한-일 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13일 신천수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99명이 ‘한-일 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외교부는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모든 외교문서를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는 원고 51명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청구권 협정 및 합의의사록 내용에 근거해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 정부나 기업들의 주장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해 원고들로서는 청구권 협정이 어떻게 합의됐고 그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해석의 보충적 수단이 될 수 있는 청구권 협정 준비문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나이가 많아 개인적 청구권 인정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는 기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며 “일본이 공개 보류를 요구하고 있어 외교관계에 다소 불편이 따를 수 있다고 해도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에 비춰 이는 국가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청구한 57건의 문건 가운데 청구권 협정 해석과 관련된 5건에 대한 공개를 결정했다”며 “공개자료 가운데 1952년부터 11년 동안 양국 사이에서 오고갔던 청구권 협상에 대한 모든 자료가 포함돼 있으므로 원고들이 청구권을 주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65년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10년 동안 3억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청구권 협정을 일본과 체결했다. 그러나 ‘징용당한 한국인의 미수금과 전쟁징용 피해 보상 등에 대한 한국인의 청구권이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합의의사록 규정을 둘러싸고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여부가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개인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혀 왔으나 일본 정부는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해 왔으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청구권 소멸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2002년 외교부에 한-일 협정 외교문서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원회 박은희 사무국장은 “현재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14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한·미·일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를 검토해 원고들의 청구권을 주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