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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진천 기행 - 나눔의집 광복 60주년 문화공연을 다녀와서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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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기행

- 나눔의집 광복 60주년 문화공연을 다녀와서 -




올해는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예전부터 동양에서는 60이라는 숫자를 중요시 해왔는데 이런 뜻 깊은 60주년 광복절 오전에 저는 종로 한복판 광화문에서 펼쳐지는 기념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이러한 공식 행사들은 우리들에게 광복의 의미와 순국선열들의 애국충정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60년을 생각해야하는 시점이기도한 이날 저는 개인적으로는 작은 것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고 아직도 일제시대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문하기로 했습니다.






광화문 광복절 기념식

경복궁 입구의 동십자각 앞에 있는 사간동 제 사무실 바로 맞은편에는 일본대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정신대대책협의회와 ‘나눔의 집’ 주최로 ‘수요집회’ 가 벌써 670회째 12년 넘게 계속 개최되어 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라서가 아니라 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대책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군 정신대에서 엄청난 모멸과 고초를 격은 할머니 열 분이 기거하시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과 한국국악협회 진천지부가 공동 주최하는 ‘나눔의 집 광복 60주년 문화공연’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충청북도 진천은 삼국통일의 아버지 김유신장군의 고향으로 장미와 쌀이 유명한 곳 이었습니다.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매년 광복절에 하는 행사지만 이번 행사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주최측에서는 ‘일본 만행 사진전’, ‘강대국다짐 1000만인 서명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의 문화 공연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자리로 코미디언 김학래씨의 사회로 소리꾼 시인 김석옥씨,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른 소리새, 가수 정은아씨, 통기타 그룹 하야로비, 군악대 공연, 진천국악협회의 사물놀이와 국악공연 등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의 할머니께서는 몸이 불편하신 와중이신데도 열 분 할머니 모두 그 자리에 참석하셔서 입에 담기도 힘든 고통스러운 과거의 고초를 생생히 증언하셨고,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들에게 당부의 말씀도 하셨습니다. 저는 여든이 훨씬 넘으신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슴에서 북받쳐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 코미디언 김학래씨

대구가 고향이신 배춘희 할머니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아니냐?”고 물으시며 “이렇게 광복절 날 멀리까지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고마워 하셨고, 경남 밀양이 고향이시고 2001년 중국에서 귀국하신 박옥선 할머니는 “너무 고맙다”며 눈물은 훔치고는 잡은 손을 한동안 놓지 않으셨고, 경북 상주가 고향이시고 중국 길림성에 사시다 2000년 영구 귀국한 강일출 할머니는 공연 내내 함께 박수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저보고는 “노래를 너무 잘 한다”고 칭찬까지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순수하신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 이 할머니들에게는 아직도 일제의 식민통치가 끝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과 고령과 병마에 시달리시는 할머님들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춘희 할머니






강일출 할머니






박옥련, 문필기 할머니


일본은 아직도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조작했다느니 하며 진상 규명과 진실어린 사과와 그 배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하여 위성으로 일본의원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동경대 교수 출신 ‘마쓰조에’ 의원은 “전후 배상은 한일협정으로 모두 끝났다.” “전범 재판은 이미 받았다.” 등의 무리한 주장을 할 때도 느꼈지만 일본군‘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 총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일련의 한․일간의 문제를 놓고 볼 때 이 문제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시급한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우리민족 정체성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제 연로하시고 몸까지 많이 불편하신 할머니들께서 더 이상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굳은 날씨에 고생하지 않으시고 노후를 편안히 보내실 수 있도록 ‘수요집회’가 하루 빨리 사라지는 날이 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그날 만난 할머니들 앞에서 다짐하고 진천을 떠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 박진의 세상이야기http://blog.naver.com/parkjinkorea